올해 합천군 시골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전 집주인분께서 전기장판을 사용하시다보니 아궁이는 엉망이 되었던 걸 수리해서 알루미늄 대형 가마솥까지 얹혔습니다.

 

어릴 때 책들에서 따뜻한 온돌방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그다지 절실하게 느끼지는 못했는데 나이들어 직접 땔감을 넣고 불을 지펴보니 느낌이 다르더군요. 불지핀지 얼마 안 되서 방안 온도가 11도 정도 밖에 안 될 때도 방바닥이 뜨끈뜨근 하니 추운게 안 느껴집니다.

 

불지피고 대여섯시간쯤 되면 16도가 넘어가고 방바닥은 뜨거울 정도~ 다음날 아침까지도 따뜻함이 유지가 됩니다. 그런데 지난 달 중순 정도부터 우리집 아궁이 옆에 불청객이 등장했습니다.

 

 

 

 

양치질을 하려고 가마솥에서 뜨거운 물을 한바가지 뜨려갔는데 뭔가 검은 동그란 방석같은게 아궁이 옆에 놓여져 있더군요. 뭐 그 주변에 블록벽돌도 있고 하다보니 돌멩이인가? 생각했었는데 어둡고, 졸리고 하다보니 아무런 생각없이 접근했습니다.

 

그 순간 후다닥! 소리를 내며 뛰어서 도망을 치더군요. 그 불청객은 바로 옆집 얼룩이고양이였습니다.

 

합천 시골이라서 그런지 주변집들도 온돌집이 많고, 고양이주인집도 그런데 왜 우리집에 와서 잠을 잘까요? 이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아내와 한참 얘기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아마 어린 녀석이다보니 엄마로부터 독립하면서 새로운 곳을 찾다보니 만만한 우리집을 선택했다" 라는 것입니다. 가끔 먹이도 주기도 하고 한번도 화를 낸 적이 없으니 괜찮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양치질을 하거나 설거지를 한다고 가끔 가마솥에서 뜨거운 물을 뜨려가면 웅크리고 자고 있던 고양이가 놀라서 도망가서 서로 눈치를 보는게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곳 보다 나은지 계속 오더군요.

 

그러려니했는데 1주일 정도 지나니 점령한 불청객이 2마리로 늘었습니다. 저 멀리 건너편에 얼굴이 넙데데하고 뚱뚱한 녀석까지 덤으로 온 것입니다. 근석은 주인분이 잘 챙겨줘서 그런지 뚱뚱하고 게을러서 여기까진 낮엔 절대 안 오는데 왠일일까요? 아내 왈! 여기 새끼고양이와 사귀는게 아닐까 였습니다. 훔~ 충분히 가능성있는 추론입니다.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는 우리 꼬맹이입니다.

 

하지만 그 넙데데 야옹이는 거부감이 생기더군요. 며칠만에 가마솥 두껑에다가 응아를 해놨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은 우리집안에서 야옹~ 한번 우는 소리를 못 들었습니다. 저희가 이사온 다음날 집앞에 새끼 쥐 사체가 한마리 있더군요. 아마 친해져보자고 주는 뇌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ㅎ 당연히 응아를 해놓은 적도 한번도 없었습니다. 매너는 기본으로 갖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넙데데한 녀석은 그런 매너도 안 갖추고 있는거죠. 그래서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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